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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후기/책 리뷰

[서평]침입자들, 정혁용

by 하얀색흑곰 2021. 9. 13.

책소개

주인공이 처음 서울역에서 일자리를 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일체 나오지 않고 현재 돈도 없고 집도 없고 가족도 없는 주인공의 상황만 알 수 있다.

그렇게 일자리를 찾던 중 숙박을 제공해주는 택배일을 찾게 되고, 이전에 잠깐 해봤던 택배일이 내키지는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주인공이 담당하게 된 구역은 행운동이다.

누군가와의 관계 맺는 걸 싫어하는 주인공이지만 어쩔 수 없이 동료들과 어느 정도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일하다 만난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있는 행운동 주민들과의 관계도 보여준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주인공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단서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으로 꽤 흥미롭게 읽힌다.

 

 

밑줄 그은 문장

"게다가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정의는 이렇다. 이제부터 남의 말은 듣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들. 논쟁으로 사람이 바뀌는 게 아니다."

 

"답에는 대가가 따르니까요, 모르는 게 나을 때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교육의 핵심은 야성의 제거예요. 노예에게 야성이 있으면 다루기 힘드니까. 집에서 기르는 개와 마찬가지죠. 먹이를 주고 쥐꼬리만 한 안정감을 쥐여주면 나머지는 원하는 대로 부려 먹을 수 있죠. 교육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아요. 경쟁을 시키고 서열을 주면 알아서 서로를 증오하며 끌어내리고 밟고 올라서기 바브죠. 그러면서 태연한 얼굴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건 자유라고 말하죠. 자유가 어떤 건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사회는 집념, 포기하지 않는 노력, 뭐 그런 걸 강요하지만 글쎄요, 제 생각엔 희망이란 게 사람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괴롭히기만 할 뿡닌 것 같아요. 그럴 땐 포기하면 편하죠. 정말 그래야 할 일은 살면서 한두 가지 정도인 것 같아요. 대개의 일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는 뜻이니까요."

 

"사회란 게 그런 것 같아요. 올라갈 때는 계단으로 가야 하는데 내려올 때는 떨어지면서 내려오거든요."

 

"사람이 쓸쓸한 얼굴로 얘기할 때는 들어야 한다. 아무리 아프고 서러운 얘기라도 세상사에는 흔한 얘기일 테지만, 그 사람에게는 유일한 얘기일 거니까."

 

"짝사랑이거나 더 사랑하는 쪽이지 싶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은 햇살이 깃들어 있다. 떨어져 있다 해도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하지만 슬쓸함이나 두려움이 묻어 있다면 전자일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지참금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지."

 

"'만약 당신이 접시 물에 고를 박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여자가 침묵을 깨며 물었다. '당연히 머리를 들겠죠.'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우울증에 걸리면 그게 안 돼요.'"

 

 

짧은 내 생각

 

정혁용이라는 작가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였다. 근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작가의 다음 작품인 <파괴자들>도 읽을 예정이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추리소설인가보다 하고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시작도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을 심어주면서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겠고 그 사연을 통해서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읽어 나갈수록 소설의 끝이 다와 가는데 주인공에 대한 어떤 단서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어디론가 떠나면서 끝이 난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이게 뭔가 싶다. 어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도 아니고 어떤 신비한 일이 일어나는 판타지도 아니고 그냥 주인공이 하는 택배일을 설명하고 그중에 만난 사람들을 소개만 하고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재밌었던 건 주인공이라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인 것 같다.

툭툭 한 마디씩 던지는 대사에는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았고, 나도 저런 캐릭터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사건을 해결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대사가 기억에 많이 남았던 소설이다.

작가의 다음 소설에는 주인공의 과거 사연이 공개된다니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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